"사업 확장보다 건강 선택…마라톤으로 수십년 앓던 성인병 다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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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메이저 마라톤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고동현 서대구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은 "마라톤은 자신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마라톤을 통해 목표한 바를 이루면 성취감을 넘어서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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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사장이 달성한 세계 6대 마라톤대회 그랜드슬램 인증서.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지나온 삶이 결코 짧지 않은 50대. 치열했던 삶이 한풀 꺾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즈음 인생을 되돌아보는 이들이 많다. 삶의 의미를 반추하고 인생 후반부를 미리 계획한다. 고동현(70) 서대구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역시 50대에 들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왜 사는가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을 던졌다. 고 이사장은 "대부분 직업인이 그렇겠지만 일에 빠져 정신없이 살았다. 그즈음 수도권으로의 사업 확장을 구상했는데 이를 추진할지 말지 고민했다. 일 하느라 건강을 챙길 틈이 없어 성인병으로 고생 중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건강을 택했다. 기업주가 건강해야 경영도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을 하게 된 것은 지인의 권유 덕분이었다.

▶젊은이도 하기 쉽지 않은 마라톤을 50대 들어서 시작했다.

"한 운동모임에서 같이 활동하던 지인(김형구 대구마라톤클럽 전 회장)이 오래전부터 마라톤을 권유했다. 당시 고혈압·복부비만 등으로 고생하는 걸 보고 한 조언이다. 양친 모두 심혈관계 질환으로 일찍 돌아가신 터라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운동을 결심한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2001년 2월16일 한 모임에서 3년 안에 보스턴마라톤대회 출전 자격증을 따서 그다음 해에 출전하겠다고 공표했다. 결심을 다지기 위해서였다."

삶 반추하던 50대에 지인 권유로 마라톤 입문

첫날 구민운동장 3바퀴 돌고나니 정신이 없어

혹독한 연습…3년 만에 보스톤대회 출전권 따

국내 50번째로 세계 6대 메이저 완주 기록까지

부상 겪었지만 '70세 마라토너' 열정 식지않아

▶결심을 밝힌 다음날부터 바로 뛰었다고 했는데.

"서구 구민운동장을 달렸다. 세 바퀴를 돌고나니 머리가 어지럽고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6개월 뒤에는 운동장 100바퀴를 거뜬히 뛰었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혹독한 연습 끝에 2년 만에 보스턴대회 출전 자격증을 땄다. 출전 자격증은 국내 메이저대회에서 3시간35분 안에 들어와야 받는다. 2년 만에 동아마라톤에서 3시간33분 기록으로 완주해 자격증을 땄다. 결국 마라톤 입문 3년 만에 보스턴대회에 출전했다. 부부마라톤동호회 '대구달리네클럽(회장 이종언)'도 만들었다. 2001년 창립 당시 7쌍으로 시작해 현재 17쌍이 활동 중이다."

▶부부가 함께 마라톤을 하면 좋은 점이 있는가.

"마라톤을 혼자서 하면 한계를 느낀다. 부부가 함께하면 힘들 때 서로 위로해주는 등 소통과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부부가 함께할 거리가 있는 게 좋다. 현재도 매주 토요일 달성군 남평문씨 세거지에서 새벽에 만나 1시간30분씩 훈련한다. 날씨와 상관없이 뛰고 있는데 평균 20~30명의 회원이 참여한다. 매년 하프와 풀코스 마라톤도 2회씩 한다. 2년에 1회 해외 전지훈련도 간다. 회원의 평균 연령이 60대 중반이고 최소 15년 이상 활동했다. 실력은 물론 결속력이 대단하다."

▶모교인 계성고에 마라톤동호회를 만드는 데도 일조하는 등 마라톤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마라톤의 매력은.

"마라톤을 하면 육체적 고통 때문에 다른 곳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 잡념이 사라진다. 건강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수십 년간 나를 괴롭히던 성인병이 마라톤으로 다 해결됐다. 목표한 바를 이루는 성취감도 크다. 마라톤을 하면서 생긴 자신감이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다른 일도 다 잘될 것이라는 자신감, 긍정적 태도가 생긴다."

▶마라톤 때문에 다치기도 했는데.

"마라톤을 하면 자연스럽게 서브3에 도전하고 싶어진다. 서브3는 풀코스를 3시간 안에 뛰는 것이다. 아마추어 마라토너에게는 꿈의 기록이다. 서브3를 달성하면 흔히 '마라톤 명인'이라 한다. 2005년 전주마라톤대회에서 서브3를 달성했다. 하지만 후유증으로 아킬레스건이 부분 파열됐다. 3번 수술하고 2년을 쉬었다. 부상에도 열정은 식지 않았다. 한창 아플 때 '불볕 더위도 영하의 칼바람도 형님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는 후배(대구달리네클럽 이구원 사무국장)의 격려 편지가 큰 용기를 줬다. 현재도 허리가 아픈데 대학 동기(도수회)가 격려해줘 달린다."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꿈인 그랜드슬램도 달성했다.

"2004년 보스턴대회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세계 메이저 마라톤대회인 베를린(2010)·시카고(2011)·뉴욕(2014)·런던대회(2015)를 완주했다. 지난해에는 도쿄대회까지 완주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국내에서 50번째라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69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목표를 이뤄 더 기뻤다. 인생에서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생각이다."

▶내년이면 마라톤을 한 지 20년이 된다.

"좌우명이 '달리면 정신이 맑아진다'였다. 하지만 최근 좌우명을 'Age Runner'로 바꿨다. 골프의 'Age Shooter(라운드를 자신의 나이 또는 그 이하의 타수로 치는 사람)'와 바슷한 개념이다. 자기 나이만큼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것이다. 내년부터 이를 실행하려 한다. 최종 목표는 80세에 80번 풀코스를 완주하는 것이다."

▶서대구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이다. 2013년부터 3년간 이사장을 맡았다가 지난해 3월 다시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이사장 재선임은 50년 서대구산업단지 역사상 처음이다. 2천400여 입주업체 대표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 처음 이사장을 맡았을 때 산업단지 재생사업, 서대구역사 유치사업 등을 잘 추진한 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이 사업을 잘 완료하라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안다."

▶서대구산업단지가 새로운 산업중심지가 될 것이라 했는데.

"서대구역사가 내년 상반기 시험운전에 들어가 하반기에 개통한다. 앞으로 서대구역사가 새로운 교통 요충지가 될 것이다. 물류·유통·서비스산업이 발전하면 산업중심지가 될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2015년부터 대한제면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조합 설립 이후 53년 만에 나온 첫 지방 출신 이사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전통제조업위원회 공동위원장, 영남대 총동창회 수석부회장으로도 활동했다. 2018년엔 달성초등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아 동문장학회를 설립했다."

▶침구류 업체 이화제면을 경영하고 있다. 섬유산업이 사양세인데.

"올해로 38년째 섬유업을 하고 있다. 물량 공세로 사업을 확장하는 시대는 지났다. 물량은 적지만 기술을 고급화하는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로 가야 한다. 틈새시장을 개발해야 하는데 연구·아이디어가 성패를 가른다. 현재 잘 팔린다고 안주해선 안 된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

[출처 : 영남일보(www.yeongnam.com)]